가족 시트콤의 한 획을 그은 '거침없이 하이킥'이 종종 기억납니다. 매 회 방송 후엔 검색어를 장악했던 화제의 시트콤였지요. 3대가 모여사는 거주지이자 한방병원이 있는 건물은 동작구 흑석동 73-1번지. 찾아보니 해당 번지는 '가상 번지'입니다. 역시 명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네요.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한때 '흑석고'가 네이버 검색 순위에 오르기도 했었는데요, '풍파고'와 마찬가지로 '흑석고' 역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학교였습니다. 이 가상의 고등학교가 지금 흑석동에 가장 필요한 학교입니다.
△ 2006-2007 MBC 거침없이 하이킥
흑석동에 고등학교가 필요한 이유, 흑석동에 고등학교가 없는 이유 - 1997년으로 거슬러 가야 합니다. 1997년,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중대부고)는 동작구 흑석동에서 강남구 도곡동으로 이전합니다. 이때부터 노량진1동, 상도1동, 흑석동에 거주하는 고등학생들은 지리적·시간적 불편함을 떠안고 원거리 통학을 하게 됩니다. 일종의 '고등학교 공동화 현상'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렇게 약 20년간,
흑석동 일대에 거주하는 고등학생과 주민들의 불편함은
방치되어 왔습니다.
민선 6기 출범 이후 흑석지역의 재개발사업 진행속도가 빨라지면서 흑석동에 고등학교 유치를 원하는 주민 요구가 높아졌습니다. 2만 3천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으며, 주민들로 구성된 '(가칭)흑석고 유치 추진 위원회'도 결성되었습니다.
흑석동 주민들의 불편함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흑석고 유치 추진위'와 함께 2015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만나, 2만 3천여 명의 주민 염원이 담긴 서명부를 전달하며 '흑석고 신설'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흑석동 신설학교 수요 없음'을 고수하던 서울시 교육청의 입장이 '동작관악교육청 내에서 학교 이전 적극 검토'로 바뀌었습니다.
△ 2015.7.13.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과의 간담회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할 일이 많습니다. 시 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이전 대상 학교를 선정해야 합니다. 학생 배치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쉽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주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주민 여러분의 관심 만이 흑석고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주민 여러분의 관심 만이 교육 때문에 이사 오는 동작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2007년 7월 13일 "내 학창시절의 보금자리였던 동작구 흑석동 73-1번지, 안녕…"하며 끝이 났습니다. 만약 '거침없이 하이킥 "2"'가 제작된다면, 그때는 진짜 흑석고등학교에서 촬영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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